AI가 못 만드는 것, 그래서 내가 만들고 있는 것
요즘 어딜 가나 AX(AI Transformation) 얘기다. 기업들 사이에선 단순한 유행을 넘어, AI 시대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공포에 가까운 분위기까지 감돈다. 나도 매일 그 공기를 마시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.
한편으로는 지식노동자로서 내가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조금 있었다. AI를 경험하면서, 또 사장이라고 해서 그 공포의 근원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, 오히려 기회라고 느끼게 되었고, 동시에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.
AI가 아직 못 넘는 벽
한동안 나는 클라이밍 게임 혹은 시뮬레이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. 완벽을 바란 것도 아니다. 한 85%, 그러니까 "부족한 게 체감은 되지만, 그래도 꽤 그럴듯하다"는 소리는 들을 정도만 현실에 가까웠으면 했다.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인체 모델링에서 막혔다. 그것도 살짝 막힌 게 아니라, 아예 안 되겠다 싶은 벽이었다.
변수가 너무 많았다. 신장과 힘, 체중, 초크 상태, 신발 마모도, 신체 피로도, 손가락 길이와 두께, 유연성 등...
이런 생체물리학적 변수들이 몸 전체에서 서로 얽힌다. 홀드 하나를 잡는 동작조차 사람마다 적용되는 물리가 다른 셈인데, 이걸 85%는커녕 흉내라도 내려면 대체 뭘 얼마나 모델링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. 그래서 접었다.
그래도 AX는 한동안 대세이지 않을까
어렵다는 건 "특정 분야가 아직 어렵다"는 얘기지, AX 흐름 자체가 꺾인다는 뜻이 아니다. 오히려 반대라고 보인다. 오죽하면 Anthropic이 10만 달러(약 1억 3천만 원) 상당의 API 크레딧을 상금으로 건 생명과학(Life Sciences) 해커톤까지 열겠는가. 내가 손도 못 대고 접은 인체·생체 영역마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AI에게 줄 학습자료를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.
정리하면 이렇다.
| 구분 | AI가 아직 버거운 것 | 지금 개인이 되는 것 |
|---|---|---|
| 예시 | 손끝 마모까지 반영한 클라이밍 시뮬레이터 | 내 글과 취향을 아는 블로그 어시스턴트 |
| 막히는 지점 | 생체물리 변수가 너무 많다 | 딱히 없다, 오늘 붙이면 오늘 돈다 |
| 그래서 | 언젠가의 숙제로 남긴다 | 가능한 범위에서, 지금 한다 |
개인도, 가능한 범위에서 AX를 해야 하지 않을까
그래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개인 단위로 넘어갔다. 분야가 뭐가 됐든 한동안 AX가 키워드로 남을 거라면, 기업만이 아니라 개개인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AX를 해내야 하는 것 아닐까.
나는 예전부터 어떤 분야에서든 선도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. velog를 만든 velopert(김민준) 님이 어린 나이에 한국 React 생태계의 선도자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말이다. 그 분야가 나한텐 smart glass 같은 웨어러블 소프트웨어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는데, 정작 먼저 손대게 된 건 "개인을 위한 AX"였다.
그래서, 챗봇부터 만들고 있다
거창한 선언은 아니다. 우선 이 블로그에 내 AI 어시스턴트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했다. 이 챗봇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곧바로 배포할 생각이다.
솔직하게 밝히면, 지금 이 순간 '/'를 눌러 튀어나오는 녀석은 아직 정해진 답만 되돌려주는 데모에 가깝다. 진짜배기 — 브라우저 안에서 도는 작은 LLM으로 갈아 끼우는 작업을 하고 있고, 이 글이 공개되는 시점엔 어디까지 와 있을지 나도 아직 장담은 못 한다. 그래도 궁금한 분들은 '/' 키를 한번 눌러봐 주시길. 지금의 어설픔은 곧 업데이트로 덮일 테니까. ㅎㅎ
그래서 하고 싶은 말
AI가 모든 걸 다 해주진 않는다. 손끝 마모와 초크, 심장과 호흡으로 인한 미세한 떨림까지 계산해낼 수 있는 클라이밍 시뮬레이터는 여전히 먼 이야기고, 어떤 벽은 인정하고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(만약 정면돌파할 생각이었다면, 난 이미 apple 칩을 뛰어넘는 CPU/GPU 통합 메모리의 칩을 cuda 생태계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을 거다). 다만 그게 "그러니 좀 더 기다려 보자"는 핑계가 되어선 안 되겠더라. 못 넘는 벽은 못 넘는 대로 두고, 지금 내 손에서 되는 AX부터 시작한다. 그 첫 삽이 이 블로그의 챗봇이다. 이 글이 공개될 때쯤엔, 옆에 그 녀석이 이미 함께 있을 것이다. 😊